삶의 질

댄스스포츠 영화, 쉘 위 댄스 리뷰

Hi jun 2021. 1. 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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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스포츠 영화, 쉘 위 댄스 리뷰

사진 = 영화 쉘 위 댄스 포스터


1. 영화의 이해


영화 “쉘 위 댄스”는 춤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40대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1996년 일본의 앨터미러 픽쳐스가 극장용 영화 제1호로 제작한 작품이다. 수오 마사유키가 각본과 감독을 맡고 야쿠쇼 고지, 구사가리 다미요, 다케나카 나오토 등이 출연하였다. 상영 시간은 136분이다. 단란한 가정과 안정된 직장을 가졌으나 왠지 모를 공허감을 느끼던 40대 샐러리맨이 우연한 계기로 사교댄스를 배우면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2. 줄거리

갑작스런 무기력증의 기습을 받는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수기야마(야쿠쇼 고지), 그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는 샐러리맨이다. 시계 바늘이 9시를 가르키면 어떠한 유혹도 뿌리치고 어김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범적인 가장인데다 융자로 교외에 이쁘장한 이층집까지 마련해 남부러울 것이 없다. 헌데 웬일일까 즐겁기는 커녕 왠지 모든것이 다 시들해지는 기분이다. 그에겐 감아놓은 태엽이 다할 때까지 열심히 집과 직장을 오가는 로봇 같은 성실함만 있을 뿐 ‘감각’이 살아있는 생명력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전철 안에서 무심코 올려다본 그의 시선이 사교댄스 교습쇼의 창가에 서있는 여인 마이(구사가리 다미요)를 포착하고부터 밋밋한 그의 일상에 예기치 않은 술렁임이 일기 시작한다. 상념에 젖어 물기를 머금은 듯한 그 여인은 한없이 호기심을 자아냈고, 수가야마는 부지불식간에 사교댄스라는 완전히 생소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예기치 않은 사건은 몸을 움직여 춤을 추는 과정에서 수기야마가 순수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갑자기 생기가 돌고 귀가가 늦어진 원인을 외도로 오해한 그의 아내(하라 히데오)는 사립탐정(에모토 아키라)을 고용해 진실을 알게되고 당황한다. 결국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남편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수기야마가 참가한 사교댄스 경연장에 온 그녀는 행복감에 취해 댄스에 열중한 남편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또 자신의 아내를 관중 속에서 발견한 수기야마는 놀란 나머지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쫒기듯 퇴장한다. 이 사건은 수기야마 부부에게 서로의 관계를 집어보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수기야마의 춤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슬럼프의 빠져있던 프로댄서 마이에게 뜻 하지 않게 ‘왜 춤을 추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3. 영화 쉘 위 댄스에 대한 생각


영화가 시작되고 그 유명한 ‘Shall we dance’라는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왕’과 ‘나’에서의 그 인상 깊은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우리로써는 100% 공감하는데 다소 무리가 따르는 그 노래 속의 스토리.

우리 뿐 아니라 일본 사람들에게도 사교댄스(지금의 댄스 스포츠)라는 것은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가 드리워져 있는 낮선 영역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사교댄스는 불륜의 장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그러나 감독의 시선을 따르다 보면 어느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변화가 순식간에 우리를 바꿔놓는 등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무척 따뜻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영화 속에서 대단한 철학이나 놀라운 반전을 기대한다면 감상은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는 그런 것들보다 훨씬 덜 부담스럽고 편안한 요소들이 듬뿍 들어있다. 빠듯한 인생살이에 지쳐 여러 가지들을 잃어버리고 초라해지기 쉬운 중년 남성의 새로운 활력,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깊은 곳에서 먼지만 더 쌓여가지만 결코 숨길 수 없는 정열, 열등감에 시달리던 내성적인 어느 사나이의 모처럼 만의 활짝핀 미소...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무겁다하면 무거운 여러 가지 모습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토닥여주는 영화 속의 시선은 그 따뜻함 때문에 쉽사리 진부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우울한 감정을 느낄 때 딱 보기좋은 영화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두가지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중년의 주인공이 겪는 마치 소년 같은 수줍음과 망설임이다. 개인적으로, 나보다 어린 동생에게 내가 모르는 영어단어들을 가르쳐 달라고한 순간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망설이는 것을 보며 나이들어 주책이라고 치부해버리기 쉽지만, 인생에서 적어도 한두번 경험하기 마련인 그 아련함 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나이가 많진 않지만 충분히 이런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로 꼽는 것은,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해야할 ‘댄스’이다. 여러 인물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춤의 세계에 입문하고, 서로 다른 춤을 추고있다. 그 중에서도 감독은 늙은 춤 선생님의 입을 빌려 “뭐니뭐니해도 즐거움 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소신을 드러낸다. 그 선생이 ‘왕’과 ‘나’의 한 장면에서 춤의 길에 입문할 결심을 했다면, 어쩌면 감독은 그 장면을 통해서 이런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테크닉이나 격식에 구애받을 필요없이 그저 즐거운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이런 순진한 생각 덕분에, 문제도 탈도 많은 현실을 잠시 잊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들 수 있게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이 지쳐있지만 긴장을 풀고 마음을 조금만 너그럽게 먹으면 무척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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